최근 시장은 개판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할 정도로 엉망이다. 지난 금요일에는 1680까지 밀렸던 지수가 급반등해서 1800을 찍고 1770대로 돌아 왔다. 시장의 변동성은 누구도 예상을 하지 못하고, 누구는 아 그때 레버리지를 사서 인버스를 어쩌고 하지만 사실 이는 말그대로 '신'이 아닌 이상 예측하지 못하는 경지다. 그리고 미국장의 긴급사선포와 트럼프의 연설 한마디로 미증시는 '떡상'을 하고 유럽증시도 덩달아 올라서 한국의 월요일 장도 상승장은 되지 않을까 희망을 품으면서 곱버스(2X인버스)에 탑승한 사람들은 어찌될지 모르고 있는 판이다. 나는 코스피 1950에서 곱버스를 탑승한지라 아직 내릴 생각은 없고 코스피는 여전히 하방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연준은 어떻게 우리를 살리는가. 그리고 시장은 어떻게 망할 수 있는가
최근 들어서 전세계가 비상이지만 특히 연준은 비상이 걸렸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1.5조 달러(우리 돈 1810조 5000억원) 단기 자금을 시장에 긴급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을 두고 양적완화, 유동성 공급이라고 하는데 이 돈들은 어떻게 시장이 유지 될 수 있는지 보자
일단 내가 시장을 보는 비관적인 이유는 4가지가 있다.
1. PER로 봤을때 누가봐도 버블인 주식가격 (닷컴 버블 때처럼)
지금까지 상승장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의심하지 못한다. 지난 수년간 한국증시는 죽을 쑤는데 미국 증시는 랠리를 하면서 끝없이 올랐었다. 이제 내리막이 시작되는 지금 단순 조정이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 2008년 "그 파생상품" 사건때처럼 늘어나는 기업의 부채.
(특히 WeWork 같은 깡통 회사들에 대한 투자와 IPO문제 최근 들어서 스타트업, 기술주라는 이름으로 상장과 돈을 끌어모았는데 실적은 엉망이다.)
3. 94퍼센트의 포츈 1000 기업들의 공급망(supply chain)에 생기는 문제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더라도 금융업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했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부실사태 이후로 제조업은 의심할 여지없이 건전하며 경제의 주축임을 다시 인식시켰지만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서플라이체인을 무너뜨리고 있다.
4. 그리스때처럼 소형 국책펀드들의 부채 문제들(레바논 국책펀드의 디폴트 등)
거기에 중국부실채권위험이 매년마다 연례행사처럼 들려오는 소식이지만 이번에는 또 다르다고 한다.
중국의 부채,채권규모와 디볼트(채무불이행)우려를 알아보자.
위 링크는 작년에 쓴글
이 4가지 중에 단 하나라도 제대로 터지면 바로 조정장이 올텐데 문제는 이것들이 몇 주안에 차례차례 시장에 원투펀치를 날릴꺼라는 것이다.
이제 유동성공급 이야기로 가보자
일단 보잉,GE같은 대기업들은 큰 한도대출(line of credit)을 JP 모건 체이스같은 대형은행을 통해서 제공받고 있다.
예를 들어서 JP 모건에서 달러를(유동성을) 언제든지 "공급"해줄 준비가 되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JP모건을 통해서 한도대출을 공급받는 기업체들은 $5000가 한도인 동네 피자가게부터, 6개의 대형은행에서 총 $19.8B의 한도대출을 공급받는 GE까지 몇천개의 기업들이 있을 것이다.
평소같을때, 시장이 멀쩡하고 이러저리 굴러갈때 기업들이 한번에 한도대출을 공급받는 경우가 없기때문에 은행에서 대량의 유동자산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전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범벅이 되고, 사우디와 러시아가 유가 치킨게임을 시작하는 경우라면 어떨까?
아까전에 말했던 악재들중 하나인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게되고 여기서 생기는 손실과 법적으로 생기는 비용(legal fees)을 메꾸기위해 모든 기업들이 은행에 쫒아가서 한도대출을 받을려고 꺵판을 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금고가 바닥이 났네? JP 모건과 대형은행들이 더 이상 한도대출을 공급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이 돈이 필요할때 신용카드를 쓰듯이, 은행들도 자신들만의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누구한테서? 바로 미국 연방 준비 위원회에서이다. 그래서 이번에 연준이 투입한 600조원은 명확히 말하자면 QE4가 아니다. QE(Quantitative easing양적완화)였으면 진작에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를 매입했을 것이다.
이번에 투입한 600조원의 대부분의 유동성은 주식시장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연준에서 유동성공급을 선언하자마자 나스닥이랑 S&P랑 조금 오르다가 바로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횡보. 이번 유동성 공급은 기업의 파산을 막을려는것도 아니다. 설령 최악의 상황이 치닫아서 파산을 선언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럼 연준에서 대체 왜? 어째서 600조원을 투입한거고 그게 다 어디로 갔을까? 이게 주 내용이다.
연준은 REPO(repurchase aggrement)라는걸 통해서 돈을 공급하는데, REPO는 돈이 필요한 "기관"(은행으로 퉁쳐보자)이 채권을 다른 은행에 매각한 다음에 나중에 채권을 매각한 은행이 더 높은 가격으로 해당채권을 재구입한다고 계약을 맺는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A은행은 현금이 급하게 필요한 상황인데 B은행은 현금이 남아돌고 있다.
그럼 자금 조달을 위해서 A은행은 B은행한테 채권을 일단 팔아서 현금을 확보하고 1달뒤에 채권을 더 높은 가격으로 사들인다고 계약을 맺는다.
그럼 B은행은 아무것도 안하고 채권만 빌려준셈인데 한달 뒤에 이득을 보는 셈이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카드 돌려막기 하는 것처럼 은행들도 돈줄이 잠시 막히거나 급전 필요하면 채권으로 돌려막기 하는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연준이 어떤식으로 유동성공급을 한건지 이해한 셈이다. 이제 스왑으로 가보자
Securitized-Bond Swap(SBS)라는걸 알아야하는데 경제시장에선 스왑을 통해서 기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위험회피를 하거나, 투자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증권화 시킨 채권(주로 회사채)을 금융기관들이 스왑할 수 있게 만든게 SBS이다.
연준은 REPO를 통해서 한도대출을 유지하려는 미국 은행들한테 유동성을 제공하는데, 한도대출을 SBS를 통해서 채권형식으로 묶어서 유럽의 은행들에게 팔고, 유럽의 은행들은 자기들이 구입한 SBS로 유럽중앙은행(ECB European Central Bank)의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증권화 하고 있다.
ECB는 연준이랑 거의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연준처럼 통화정책을 집행하고, 유럽의 여러 은행들한테 "유동성"을 공급하는게 목적이다. 근데 그 유동성 공급하는 방식이 웃기겠지만 사람들한테 돈을 쥐어주면서 대출이랑 채권을 가져가라고 하는것이다.(물론 마이너스 금리 때문이다)
유럽 여러 국가들의 정부부채 중 마이너스 금리 채권들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주는데 굉장히 많은 유럽국가들의 정부 부채는 마이너스 채권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통한 유동성 공급은 도이체 방크 같은 유럽 투자은행들의 100년짜리 채권 분할상환을 통해서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그럼 SBS는 어떤방식으로 이 채권들을 갚도록 돈을 붙잡고 있을까?
다시 예시를 들어보자
은행들은 SBS를 한도대출을 유지할 의무가 있는 은행(예를 들어 JP 모건)한테 공급한다.
여기서 복습해보자면,
SBS = 채권 스왑.
채권 스왑 = 증권화된 채권들을 JP 모건같은 투자은행이 위험회피를 위해서 한데 모아서 묶은것을 스왑할 수 있게 만든것. 또한 채권 스왑은 주로 회사채를 비롯해서 투자은행의 금융공학자들이 리스크 회피를 위해서 심형을 기울여서 고른 채권으로 설계되있다.
그리고 SBS를 받은 JP 모건은 이걸 가지고 도이체 방크한테 가서 스왑을 요청하고, 스왑하기 위해서 도이체 방크는 ECB한테 가서 100년짜리 독일 마이너스 금리 국채를 통해서 (위에서 말한것처럼) "유동성"을 공급받는다.
그리고 이 ECB한테 받은 마이너스 금리 채권과 JP 모건의 SBS를 교환하는것이다. SBS의 기초자산은 보잉 같은 대기업들의 회사채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이런 대기업들이 상환불가 상태에 이르지 않는이상 가치가 유지된다.
그리고 유로화는 달러대비 환시세가 유리하기 때문에, 도이체 방크한테서 교환한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가지고 연준한테 돌아가서, "같은 날에" 연준한테서 REPO를 통해서 받은 돈을 값고도 돈이 남는다는 말이다.
이 모든 과정을 다시 나열해 보자면:
GE는 다음달에 한도대출을 유지할 이자만 낼 수 있다면 방만한 경영을 할 수 있고,
(은행한테서 한도대출을 통해서 언제든지 돈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
JP모건은 GE한테서 자기들의 능력밖의 한도대출을 약속해도 GE의 법무팀한테 고소당하지 않을 수 있고,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돈보다 더 많은 양의 한도대출을 유지해도 도이체 방크한테서 돈 떼오면 되니까)
도이체 방크는 JP 모건이랑 교환한 SBS를 통해서 한도대출의 %를 먹고, 또 JP 모건을 도와줌으로써 이짓을 계속 할 수 있고,
(도이체 방크는 어차피 ECB(채권의 출처는 독일정부)한테서 유동성을 계속 공급받을 수 있고, 그 유동성으로 돈벌면 개꿀인 입장)
마지막으로 독일정부는 SBS를 통해서 회사채를 상환할 의무를 지면서 계속해서 마이너스 금리 채권으로 유럽은행들한테 유동성을 공급해줌.
(도이체 방크가 SBS를 교환하기 위해서 독일 마이너스 금리 국채로 자산을 끌어오므로 독일은 도이체 방크의 회사채 상환과 자동으로 연동됨)
한마디로 절대 망할 수 없는 정교한 금융 설계이다.
(마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부동산 중도금을 갚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 망할 수 없다고 생각한것처럼)
여기 까지 글을 따라 왔다면 이 금융 설계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영화 빅쇼트 3회 이상 시청했다면 알 수 있을테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같은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인 부동산 대출이 디폴트(상환불가)에 이르자 망한거다
그것처럼 이 "금융 설계"또한 기초자산인 회사채를 발행한 GE같은 대기업들이 상환 능력을 유지할때(solvent)만 괜찮은거지, 만약 모종의 이유로 한도대출 상환 불가 상태에 이른다면
싹다 망하는거다
그리고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범벅이 된 세계경제가 공급망 혼란때문에 문제를 일으키고, 더 나아가서 수요가 하락하기 시작한다면, 유럽은행들이나 ECB가 아무리 채권들을 사들일 준비가 되있다고 해도
기초자산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한도대출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그 증거로 위 자료를 보면, 회사채의 50% 이상이 BBB혹은 그보다 더 낮은 신용등급이다.
BBB 최하위 등급 쓰레기 채권
서브프라임모기지 할때 서브프라임도 제일 하위 등급 주택담보 대출을 뜻하는 것이다.
저 채권들의 디폴트 비율이 어느정도 상한선까지 올라가면(물론 상한선이 어디인지는 모른다) SBS가 무너지기 시작하는거고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통한 유동성 공급으로 SBS와 연동된 독일은 바이마르 공화국 시즌 2 찍는거고
세계경제는 수렁속으로 진입하게 된다.
그리고 기업들 중 채무상환의무(뭉뚱그려 말해서 빚 못갚으면)를 다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무너질테고 유로화는 휴짓조각이 되고 도이체 방크는 업계에서 쫒겨나고 JP 모건은 SEC랑 상원 경제위원회같은 정부기관들한테 두들겨 맞는거다.
여기서부터는 완전히 추측의 영역인데
은행들이 공급하고 있는 한도대출이 정확히 얼마나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을 지 확실하지 않지만 지난 3월 12일 연준의 발표를 보면 연준은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고 싶어하는것 같다.
연준이 제공한 600조 중에서 일단 JP 모건과 친구들은 900억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연준에서 계속 이렇게 유동성을 공급해준다면 "금융 설계"가 문제없이 돌아가기때문에 레버리지를 부르짖는 콜맨들은 살아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시장이 대폭락하면서 삼성전자 저가매수 기회라는 글도 보이는거 같은데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을 수도 있다고 알아 줬으면 한다.
아 참고로 중동은 얘네들은 금토쉬고 일요일날 개장하는데 오늘 떡락하는 중이다.